[정치 뒤끝뉴스] 까칠남 벗겠다는 유승민의 ‘NO잼’ 탈출기

‘대통령감=정책’ 내려놓고 ‘인간 유승민’ 알리기 시작


“딸과 결혼하고 싶다” 댓글 피드백 ”유담 마음부터 사세요^^”


“넙죽 잘 받는 황교안 1루수…朴은 투수”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양씨에게 "이렇게 많은 스케줄을 다 소속사 얼라들이 하는 것이냐"고 묻고 있다. 유승민 팬페이지 유투브 캡쳐.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을 전담 취재하는 정치부 마크맨 기자들 사이에선 요즘 "지지율이 3~4%인데도 캠프 분위기는 30~40% 같다"는 느낌을 털어놓곤 합니다.



1주에 두 번 꼴로 정책을 발표하고 대구와 광주 등 전국을 동분서주함에도 지지율이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캠프의 열기만큼은 다르다는 뜻입니다. 어떤 연유인지 캠프의 속사정을 취재하던 중 이런 이야기가 들립니다.

 "우리 유승민이 달라졌어요!"

 SBS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차용해 캠프의 업(up) 된 분위기를 한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변했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한 발 더 들어가 보니 또 이런 말이 들립니다.

 "유승민이 똑똑하다는 걸 누가 모릅니까. 유승민을 싫어하는 쪽에서도 유승민이 잘 났다는 건 다 알잖아요. 그런데 이런 '스마트한 진지남'은 지루합니다. 빈 틈도 좀 보이고, 센스만점 유머도 구사하면서 때로는 이웃집 아저씨 같고, 가끔 우리 아빠 같은 그런 느낌도 있으면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석에서의 유승민은 분명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 언론을 통해 나오는 유승민은 그냥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거든요. 그래서 캠프에서 계속 건의했어요. '인간 유승민'도 좀 보여주자고."

대통령의 자격을 디테일한 정책과 공약에서 찾았던 유 의원은 캠프의 끈질긴 설득에 긴장을 좀 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답하는 댓글 피드백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궁금한 점을 댓글로 올려주면 거기에 대해 직접 답하는 모습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방법입니다.

유 의원의 공식 팬페이지(https://www.youtube.com/c/유승민공식채널)에 "무엇이든 답해드립니다. 드디어 시작된 유승민의 노잼 탈출 프로젝트! Coming Soon! #유승민 #악플도환영 #대인배 #말이통하는보수"라는 광고가 올라왔고 그 1탄이 2일 게재됐지요. No잼(재미없음) 탈출이 얼마나 성과를 볼 진 모르지만 캠프의 요청에 응답한 '선비' 유 의원의 노력에 캠프 분위기가 수직상승했다고 합니다.  

 "따님과 결혼하고 싶습니다.(네티즌)"

 "저한테 이야기 마시고 딸 마음을 사세요.^^"(유승민)  

 "형님 리더십이 부족하다던데?"

 "조폭 스타일은 아니고요, 선배에겐 강하고 후배에겐 약한 사람입니다~"  

 "남경필 지사는 왜 유승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남 지사 페북에 들어가서 꼭 좀 물어봐 주세요."  

그렇습니다.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는 긴장을 다 놓진 못하지만, 그래서 무척이나 재미있지는 않지만 '조금 달라진' 유 의원이 보였습니다. 겉옷을 벗고 소매를 걷어 올린, 살짝 녹아있는 대구 사투리가 그렇습니다. 지지율이 낮다고 캠프가 울상이면 주자의 표정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기 마련인데, 캠프는 아주 고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유 의원은 디테일한 정책만이 최선이라는 직구 스타일이었던 것입니다. 해당 페이스북 펜페이지에는 유 의원이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영상도 있습니다. 각종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 출연 모습도 빼곡하게 들어있습니다.








유승민 펜페이지 유투브 캡쳐




 '양세형의 숏터뷰'는 까칠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유 의원이 얼마나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능은 정말 자신 없다"며 주변부에 털어놓았던 그가 개그맨 양세형씨를 1루 베이스 위에서 안고 있는 장면이나, 안타를 치고 달리는 유 의원을 향해 "지지율은 1할도 안 되면서 타율은 10할이네"라는 세형씨의 다소 웃픈 멘트도 재미를 더합니다. 양씨가 "요즘 바쁘시죠. 장인어른"이라고 인사하면 "어떤 얼라들이 그런 소릴 해 가지고…"라고 웃는 유 의원의 답도 있습니다. "청와대 얼라들"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단단히 찍혔던 그가 그 '얼라들'을 유머로 전환한 여유를 보입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유 의원은 주요 대선주자와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향해 수비 포지션도 정해 줍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법무부 장관도, 국무총리도, 권한대행도 넙죽넙죽 잘 받아서" 1루수에 기용하고, "듬직한 안방마님 같다"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포수에 배치합니다. "좌파니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좌익수로 넣고, "약간 우파를 흉내낸다"며 안희정 충남지사를 우익수로 출두시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투수로 모시겠습니다. 기용하기에 좀 곤란하지만 박 대통령께도 잘 던질 기회를 드려야죠"라고 눙을 칩니다. 다소 중의적인 표현으로도 읽힙니다.

'인간 유승민'으로 다가가는 그의 노력이 캠프의 환호성은 물론 지지율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해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 유승민도 좋지만 대통령감은 다면평가라는 점입니다. 박 대통령 탄핵 여부 결정에 따라 예상되는 국론 분열에 어떤 혜안을 내놓을지, 앞으로 어떤 정책과 공약으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지, 그런 공약을 지킬 수 있는 믿을 만한 리더인지 국민은 검증할 것입니다. '감성 마케팅'은 요리의 조미료는 되겠지만 주재료는 아닌 까닭입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작성일 2017-07-20 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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